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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2 Poland-Ukraine 단기선교 (Day 2)

<Day 2 폴란드>


1. 시차가 생각보다 극복하기 어렵다. 안자고 견디는건 하겠는데 반대로 relax가 잘 안된다. sleep pill을 먹었으나 3시간 만에 다시 깨어났다. 시차를 계산해 보니 초저녁 잠을 자고 일어나 밤잠을 설치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렇게.. 커튼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았다. 해를 보자 졸음이 몰려온다. 당황스럽다.. ㅁ한 부분이다..


2. 수면부족+두통+알러지=트리플 크라운. 이런 날 기념하느라 폴란드는 오늘을 국경일로 지정했고 모든 마켓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여행가방과 함께 행방불명된 알러지 스프레이가 무척 보고싶다. 혹시 몰라 챙겨 둔 데이퀼(종합 감기약)을 대신 먹어보기로 했다. 오.. 약이 듣는다. 두통은 사라지고 콧물은 멈춘다. '약'할 때 강함 주시네~ 아멘.


3. 정신을 차리려고 샤워를 했다. 비누로 닦아 깨끗해진 얼굴이 유독 하얗다. 적당히 잘 부은 것이 딱 백곰이다. 어제 입던 검정 바지를 털어서 입고, 어제 신고 빨아둔 검정 양말을 마져 말려 신은 후, 또 어제 입었던 검은 티셔츠를 다시 입었다.. 변신! 흑곰이닼.


4. 호텔 조식이다. 계란, 소세지, 우유.. 우앗 이건 뭐지..?! "국토의 90% 정도가 해발 300m 이하의 완만한 지형으로 유럽 대평원의 일부를 이루고 있으며, 국토 중앙을 가로지르는 비스와(Wisła) 강은 광대한 유역평야를 이루어...blah blah.." 이 나라는 무려 온국민이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축산 강국이었던 것이다.. fresh..


5. 난민 센터에 어린이들 주려고 어제 사왔던 스넥 가방을 차에서 꺼내 호텔 로비 뒷편에 펼쳐놓고 펙킹을 시작했다. 아침에 통화할 때 아내 왈, 어제 마트에서 찍은 '카트 가득 Haribo 젤리로 채워진 사진'을 본 아이들이 아빠가 폴란드 가서 사람들이 모아준 선교 헌금으로 모두 캔디를 사버렸다고.. 아빠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그래.. 오해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란다.


6. 정성스럽게 패킹을 마치고 Warsaw Expo로 향했다. 우크라이나를 떠나 해외로 나온 난민은 약 500만명+로 추산되고 있다. 이제 전쟁이 2개월이 넘어가고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은 쉘터를 거쳐 다른 지역 또는 3국으로 떠나갔다. 여기 남은 사람들은 갈 곳이 마땅치 않거나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 알려진 것처럼 난민촌에는 거의 모두가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어떤 집들은 키우던 강아지도 데리고 나왔다. 지금 이들에게 아빠라는 단어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7. 아침에 4명이서 열심히 싼 구디백은 순식간이 사라졌다. 더 만들껄 그랬나.. 줄을 선 아이들에게 '한사람에 하나씩'이라고 몇 번을 얘기 했지만 이들은 나보다 노련했다. (글을 읽다가 우크라이나 말로 안해서 그랬다는 아재같은 생각은 하지도 말길..) 그래도 아이들이 밉지는 않았다. 더주지 못한 것이 미안할 뿐..


8. 오늘은 이곳에 있던 2가정을 지역 한인교회에서 마련한 쉘터로 데려가는 날이다. 앞서 그곳에 있던 한 가정이 영국에 있는 친구 집과 연락이 되어 내일 영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쉘터에 자리가 생겼다고 한다.


9. 함께 가는 2가정. (1) 아빠와 딸, (2) 엄마와 딸. 막상 나가겠다고 자원을 한 상황이지만 이들 입장에서 본다면 낯선 동양 사람들 손에 이끌려 차를 타고 또다시 알 수 없는 곳으로 가는 상황이다. 불안한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얼굴에 주저함이 보인다. 현지 사역 담당자는 이들을 안심 시키기 위해 앞서 한인교회 쉘터에 머물고 있는 다른 난민 여성을 함께 데려 왔다. 오늘 그곳에서 나와야 하는 가정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이다. 배려. 그것에 힘입어 이들은 우리와 함께 차를 타고 난민 센터를 나와 쉘터로 향했다.


10. 이곳 한인교회는 최근 여러 곳에서 모아주신 후원을 보태어 바르샤바 외곽에 쉘터를 마련했다. 기숙사 처럼 생긴 작은 아파트에 방 4개를 얻었다. 각 방에는 2층 침대가 양쪽에 들어가 있다. 우리가 도착하자 그곳에 현재 머물고 있는 우크라니안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나와 너무나 반갑게 우리를 맞아준다. thank you, thank you를 연발하며 안아주고 뽀뽀하고.. 너무 고맙단다. 난 한게 없는데.. 그렇다. 이곳에서 섬기시는 분들의 깊은 헌신이 이렇게 확인되었다.

11. 이곳에는 12명의 어린이가 있었다. 아이로만 치면 오늘 2명이 더 들어왔으니 이제 14명이다.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벌써 서로를 챙기시 시작하는게 보인다. 시설은 열악하다. 사람이 사는 곳이니 필요한게 있고, 아픈 사람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곳 다음이다.. 출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한다.


12. 한쪽 방문이 열리더니 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나왔다. 너무 예쁜 여자 아이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얼른 달려와 내 품에 안긴다. 엄마가 불러도 가지 않고 고사리 팔에 힘주어 나에게 꼭 매달린다. 인형처럼 예쁜 얼굴로 나를 안고 밝게 웃는데.. 나는 왜 마음이 아프냐.. 에휴..

13. 지난 며칠 우리를 호스트 해주신 집사님 가정에서 저녁 식사를 초대해 주셨다. 냉장고에 있는 것은 다 꺼내셨나보다. 정성을 다한 진수성찬이다. 번거로우니 그러지 말고 한국 식당에 삼겹살 먹으로 가자 했는데.. 무려 안심 스테이크다.. 죄송합니다. 퓔레미뇽~ 샤토브리앙~

14. 선교사님들은 기본적으로 다 박사다. 박사 학위도 학위지만.. 일단 아는게 너무 많으시다. 경험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추방이다. 가늠되나? .. ㅎ 책 읽기를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이 있다면 가까운 곳에 계신 선교사님을 자주 만나라고 권하고 싶다. 왠만한 책 몇 권 정도 분량은 거뜬히 배우고도 남는다.


15. 아재 개그로 시작된 만찬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마냥 추웠.. (이 문장은 마무리를 못하겠다. 그냥 즐거웠다고 해두자.) 우크라이나 선교사님께서 식사 자리에 함께 하셨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언론으로 볼 수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에 대한 많은 이야기로 흘렀다. 그리고 곧이어 자연스럽게 기도회가 되었다. 특별히 아무런 대가없이 이 모든 것을 자기 일마냥 감당하시는 집사님 가정을 위한 축복도.. (말 안해도 알겠지만 우리는 단체사진 남기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


16. 잠잠한 기도가 이어졌고 우리는 눈물을 훔치며 눈을 떴다. 하나님 뜻이 궁금해 졌다. 왜 지금 여기 우리? ...


17. 기도중에 선교사님께서 선포하신 말씀. (이사야 58:9-12)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 만일 네가 너희 중에서 멍에와 손가락질과 허망한 말을 제하여 버리고 주린 자에게 네 심정을 동하며 괴로와하는 자의 심정을 만족하게 하면 네 빛이 흑암 중에서 떠올라 네 어둠이 낮과 같이 될 것이며 여호와가 너를 항상 인도하여 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하게 하며 네 뼈를 견고하게 하리니 너는 물 댄 동산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라 네게서 날 자들이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울 것이며 너는 역대의 파괴된 기초를 쌓으리니 너를 일컬어 무너진 데를 수보하는 자라 할 것이며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라 하리라


18. 기도 중에 두 분께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나의 여행가방을 위해 기도해 주셨다. "주님께서 지금 성목사님의 가방을 옮겨 오고 있으신 줄 믿습니다." 사실 오늘 오전에 공항이랑 통화했는데 하루 더 기다리라고 했다. 내가 내일은 다른 도시로 가야하기 때문에 내일 오전까지는 반드시 가방의 위치를 알아내서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아.. 주님 내일은 제발 제 가방이 도착하게 해주세요. 제발..


19. 오늘은 딸이 학교에서 텔런트 쇼를 하는 날이었다. 노래를 부르겠다고 신청을 한 후 오랫동안 가사도 외우고 오디션도 보고 준비를 했다.. 이 녀석이 어떻게 할지 궁금해서 보러 가려고 했는데.. 폴란드에 오게 되어 오늘 그곳에 참석을 못했다. 아내가 카톡으로 영상을 보냈다. 요녀석봐라.. 학교에서 스타가 탄생했단다.. 현장 분위기 뭐냐.. 아갓텔 보는 줄.. 아빠니까 이해바람.. ㅋㅋ (때마침 아내가 올려준 아래 포스팅 참조)


20. 늦은 시간,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호텔에서 연락이 왔다. 내 가방이 호텔에 와있단다. 기도빨.. 소름.. 하나님 이런 걸로 감동 시키기 있기 없기?! 돌아온 가방에 RUSH 라는 tag이 달려있다. 내 눈에만 들어오는 이 글자 속에서 하나님의 분주한 손길을 느낀다. 보이지 않아도 일하고 계신 하나님. 아.. 정말.. 함께 하고 있으시군요. ㅜㅜ



21. 이제 바르샤바에서 워밍업은 끝났다. 내일은 4시간 떨어진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도시로 이동한다. 오늘은 양말 안빨아도 된다! 그리고 3일만에 깨끗한 티쳐츠를 입고 잔다. 우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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