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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2 Poland-Ukraine 단기선교 (Day 3)

<폴란드 Day 3>


1. 늦잠을 잤다. 룸메이트 선교사님께서 아침 식사를 벌써 다하시고 올라와 방 한 켠에 앉아 계신다. "오늘은 잘 주무시라고 일부러 안 깨웠어요" 하신다. 전날 sleep pill이 듣지 않아서 어제는 새벽 2시쯤 작정을 하고 잠자는 감기약을 먹었다. 걸리지도 않은 감기약을 먹고 새 힘을 얻었다. 뭐랄까.. 하지말라는 짤짤이를 해서 다행히 돈을 딴 기분?! 이해되려나? ㅎㅎ


2. 어쨋든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Ta-dah~ 어제 저녁 극적으로 돌아온 여행 가방이 침대맡에 놓여있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바르샤바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기쁜 마음에 자축하려고 쥐포 봉지를 뜯었다. 신난다. 냠냠냠..


3. 최초 4명이었던 팀에 팀원이 1명 더 늘었다. 지난 며칠 동안 우리 일정을 같이 하시던 다른 선교사님 한 분 계셨다. 이분이 오늘부터 우리 팀과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이제 곧 80세가 되시는 여 선교사님. 며칠전 부터 느꼈는데 이분 여러모로 포스가 상당하시다. 무려 어제 기도 한 방에 내 여행가방을 돌아오게 하지 않았던가..!


4. 바르샤바를 떠날 채비를 하고 호텔을 나왔다. 차를 돌린 곳은 인근에 한국마트다. 우리 식으로 싸우는 이 전투를 위한 전투식량을 보충해야했다. 바르샤바에는 2개의 한국 마트가 있다고 한다. 구글 맵에 찍어보니 두 곳이 모두 똑같이 12분 거리다. 어디로 갔을까? "어.느.곳.으.로.갈.까.요.하.나.님.한.테.물.어.봅.시.다.딩.동.댕.동.댕.. " 결국 우리는 좀 작지만 '교회 집사님이 운영하는' 가게로 갔다. 지혜로운 결정이었다 ㅎ

5. 아무 것도 없는 주택가. 여기가 마트란다. 들어가 보니 한국에 연립 주택처럼 한층에 왼쪽 오른쪽 두채씩 아파트가 있는 그냥 집이었다. 앞장 서는 집사님 따라 2층으로 올라가서 한쪽 집으로 들어갔는데 왠걸.. 별천지다. 20평 남짓 되는 방 두 칸 짜리 아파트에 한국 마트가 차려져 있다. 오.. 대박.. 없는거 빼고 다 있다.


6. 오늘은 먼 길을 달려 우크라이나 국경을 두고 있는 프셰미실(Przemyśl)까지 가야한다. 일정을 보니 돌아오는 날은 바로 공항으로 가야한다. 그럼.. 오늘 밖에 시간이 없다. 선교사님들께 점심을 쏴야겠다. 함께하는 선교사님들이 오신 곳은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오늘 점심 메뉴는 우리 민족의 '국민 고기' 삼겹살이다.


7. 고속도로를 달리며 만난 폴란드 시골 풍경은 참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넓게 펼쳐진 초록 들판은 산이 없어 유난히 높아 보이는 하늘과 맞닿아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토닥였다. 먼 곳에서 지고온 무거운 것들 여기에 다 내려놓으라고.. 하나님의 손은 그렇게 마음 속 빗장 하나를 또 벗겨내셨다. 감사.

8. 도착한 곳은 작은 시골 마을이다. 바르샤뱌에 비하면 형편 없는 숙소지만 가격은 도시보다 훨씬 비싸다. 그나마 이것도 어렵게 구한 것이다. 방이 2층인 줄 알았는데 3층이다. 여긴 0층부터 시작된다. 그러니까 1층이 0층이고 2층이 1층이다. 엘레베이터가 없다. 차에 싣고온 이런저런 물건들을 방으로 옮겼다. 젊은 나도 땀나는데.. 새로오신 선교사님 어쩌나..

9. 10분 쉬고 곧바로 난민센터로 향했다. 내일 부터 이곳에서 봉사를 하려면 먼저 등록을 해야한다. 앗.. 문제가 생겼다. 최소 5일 이상 머물지 않으면 등록을 해줄 수 없단다. 훔.. 젊은 친구 잠시 빠지시고 메니져 나오라 해~! 우리에게 원칙을 설명하던 청년은 전화를 걸어 메니져를 연결해 주었다.


10.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대장은 노르웨이에서 온 Ingvor씨. 마치 영화속 빌런 이름처럼 느껴졌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다. 나를 이곳에서 일하게 하란 말이다! 너네 어디 소속이냐고 묻는다. 선교사님 소속 단체 이름을 댔다. 왜 단체 이름에mission이 들어가냐? 너네 선교사냐? 미니스터냐? 질문이 날카롭다. 이럴 땐 즉답을 피해야 한다. 말이 안될 때는 눈치가 빨라야 한다.


11. 전화 인터뷰로 여러 관문을 통과한 후 만난 Ingvor 씨. 먼저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해온다. 그는 상상속 빌런이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씨 착한 아저씨다. 그 역시 난민들을 돕고자 먼나라에서 이곳까지 봉사하러 온 사람이다. 무지는 두려움을 만들고 두려움은 배타심과 혐오를 불러 일으킨다. 아군은 아군일 뿐 오해하지 말자!


12. 전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난민들에게 누군가 분별력 없이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일이 있었나 보다.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종교 활동이 목적이 아니며 종교를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 너희들이 시키는 일은 뭐든 다 할 수 있으니 우리가 머무는 동안 뭐든 함께 봉사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봉사자 등록을 마쳤다. 오해+이해=화해

13. 바르샤바와 다르게 이곳은 이제 막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이 많다. 여전히 난민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쇼핑몰 하나를 개조해서 만든 프셸미실 난민센터는 작은 마을 같았다. 큰 마켓은 간이 침상으로 가득했고, 작은 푸드코트는 모든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병원을 차려두고 카드보드에 매직으로 손 글씨를 써서 작은 간판을 달았다. 이곳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신분 검사를 마친 후 받은 손목밴드에 코드를 매번 찍어야만 한다. 내가 맡은 임무는 청소와 정돈이다. 다른 선교사님은 우리가 가져온 차를 운전하며 다른 곳으로 떠나는 난민들을 라이드 한다.


14. 이런저런 대화 중에도 본인 얘기를 아끼시던 새로운 팀원, 포스 넘치는 여선교사님의 정체가 저녁식사 시간에 드디어 밝혀졌다. 이분은 SA지역에서 사역하시다 얼마전 은퇴하신 베테랑 선교사님이다. 차별이 많던 시대에 여성의 몸으로 세계적인 기업의 한국지사를 이끌던 경영자를 지낸 반전 이력의 소유자시다. 뒤늦게 선교사로 헌신하여 SA에서 놀라운 사역을 감당하셨다.. 우리는 이 사실을 '신문 기사'를 보고 알게 되었다. 은퇴 후 미국에서 지내시다가 하나님이 마음을 주셔서 우크라이나를 품는 마음으로 이곳 폴란드까지 오셨단다. 나머지는 지금 할 수 없는 얘기들.. 겉치레 없이.. 주님 마음만 품고 바람처럼 이 땅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내가 그리 살지 않아 만날 기회가 적을 뿐이다.


15. 폴란드 시골의 작은 레스토랑. 무슨 얘기로 대화가 시작 되어도 우리 대화의 주제는 다시 하나님 마음으로 바뀌었다. 바람직한 천국식 '깔데기 법칙'이다. 손님이 많지 않은 레스토랑 한 켠 하얀 보자기로 깨끗히 덮힌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모아진 기도손 다섯개. 우리가 모인 곳은 다시 한 번 잠잠한 기도의 자리가 되었고 변함없이 천국이 임했다.


16. 오늘은 집 생각이 났다. 아내와 아이들이 보고 싶다. 기도.


17. 여긴 wifi가 없다. 폰으로 여기까지 타이핑을 하고나니 평소보다 시간이 몇 배 걸렸다. 손가락도 아프고 목도 아프다. 다시 wifi 될 때까지 연재는 쉬는 걸로.. 다만 기도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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